응답하라 1988 - 우리는 왜 복고에 열광하게 됐을까?

Posted by happydaniel70
2016. 1. 27. 10:33 방송:연예:스타


반응형
SMALL

안녕하세요. 하루 입니다. 겨울이 되면 '광' 이라고 불리던 연탄 창고에 연탄 한 천장쯤 들여 놓고 쌀 항아리에 그득 그득 쌀을 담아 놓고 김장 까지 끝내 놓으면 세상을 다 얻은것 처럼 행복하고 부자가 된것처럼 근심 걱정 없던 시절, 한 달에 한번씩 아버지 께서 월급을 타시는 날이 되면 누런 월급 봉투에 현금을 가득 넣어서 가져 오시며 까만 비닐 봉지에 과자며 음료수며 혹은 재수가 좋다면 통으로 튀겨낸 통닭 한마리에 온 가족이 마냥 즐거워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네, 얼마전 tvn 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며 성공리에 마무리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의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추억 하고 있는 30년전 우리의 모습 입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별것 없는 일상의 이야기가 그렇게 뭘 그렇게 또 재미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매주 시간을 기다려 보기도 하고 이미 본방 사수를 했음 에도 불구하고 다음 주가 되면 어김 없이 미리 부터 TV 앞에 자리를 잡고 전편 재방 부터 다시 보던 드라마 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재미있게 하는 요소는 특정한 주제와 관련된 갈등 요소와 이런 갈들 요소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주는 긴장감들이 어우러 져서 결국 갈등이 해소 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기 마련인데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런 갈등 요소가 좀처럼 보이질 않습니다.


물론, 어남류, 어남택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덕선이 신랑 맞추기가 열풍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 부분만으로는 응답하라 1988의 전체 매력을 이야기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작은 소품 하나,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드라마속 TV CF 하나에도 열광하고 그리움이 묻어 났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이렇게 그 시절을 대변해 주는 여러 장면 장면 속에서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추억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 드라마에 열광 하셨던 분들도 참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상한것은 지나온 추억은 모두 아름 답다고 하는데 우리는 왜 유독 딱 그 시절, 그때의 추억에 열광하게 되는 걸까요?






생각해 보면 당시의 경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1980년대 후반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 나라는 고도 성장의 정점을 찍게 됩니다.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었고 걸이 거리 마다 외식이 늘어 나면서 경기가 급격하게 팽창 하던 시기가 바로 이 시기 입니다.


당시에는 정말 거리에 간판만 걸어 놓으면 장사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영업의 전성 시대 였고 요즘에는 대학을 졸업 하고도 취업이 안되어서 고민들을 많이 하시는 취준생들이 늘어 나고 있는데 당시에는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 하면 그냥 취업은 다 되는 시기였고 지방대라고 하더라도 조금만 눈 높이를 낮추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널려 있었습니다.


한창 경기가 활성화 되어서 물건은 만드는대로 팔려 나가는 데다가 신규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업들도 속속 등장하는 시기여서 기업에서도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였고 창업도 계속 늘어 나던 시기 였습니다.


당연히 그 전세대의 부모님들은 무조건 대학을 졸업 하면 자녀들이 편안하게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생을 편안하게 살게 될거라는 착각속에 사시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오늘날 까지도 전해져 오는 좋은 대학에 목숨 거는 일들이 만들어 지기 시작하던 시기 였던것 같습니다.






지금은 반대로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해도 밥 먹고 살길이 막막해 지는 시절 이다 보니까 오히려 대학을 가지 않고 기술을 배우거나 창업을 준비 하거나 미래를 위해 다른 준비를 하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 나고 있는데 당시에는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좋은 직장을 들어 가는 것이 당연시 되던 때였고 IMF 이전 까지 명퇴 같은 개념이 아예 없던 시절이라 평생 직장의 개념이 존재 하던 시기 였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구매력으로 인해서 1990년대 초반에는 소위 압구정동 오렌지족이라는 말이 처음 언론에 이슈가 되면서 젊은 세대의 무분별한 소비 문화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이 시절을 뒤돌아 보면 자신감이 넘쳤고 인심도 넘쳐 나던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요즘 처럼 경기가 장기 불황 사태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고 뭘 해도 잘 안되는 암울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 시절의 향수는 자신감 넘치고 의욕이 충만하던 '나' 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의 70대 그러니까 '응답하라 1988' 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는 40대 이셨던 분들은 이 드라마를 정말 정말 별로 안 좋아 하시는 것을 봤습니다. 40대 중, 후반으로 살아 가셨던 그 분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잘 모르고 부모님이 해 주시는 따뜻한 밥을 먹었던 우리들 뒤에서 묵묵히 그리고 힘겹게 그 시절을 버텨 내셨던것 같습니다.


우리가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서 학창 시절의 그리움과 20대 초반에 있었던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아이들에게 들려 주면서 함께 즐거워 할때 그 분들은 '지금이 좋지 저 때가 뭐가 좋아.. 저 때는 진짜 반찬 한 가지 해 먹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라는 말씀을 하시며 보는 것 조차 싫다고 말씀 하십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잊고 있었던 감정이 생각 납니다. 저희들도 그렇지만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들도 저 시절을 버티고 이겨내며 우리들을 위해서 그렇게 또 힘겨운 삶을 꿋꿋하게 버텨 내신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 어머니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 합니다.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