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데뷔전 멀티 히트 와 남겨진 과제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 리그 데뷔전 멀티 히트, 게다가 득점 까지 볼티모어의 코리안 메이저 리거 김현수가 오늘 하루만에 남겨 놓은 기록 입니다. 여기에 코리아 메이저 리그 가운데 최저 타수 안타 라는 기록까지 시범 경기 에서 부터 메이저 리그 25인 로스터에 포함 되기까지 김현수가 낯선 미국땅에 건너가서 겪은 일에 비하면 오늘 하루는 정말 우쭐해도 좋은 날인듯도 합니다. 적어도 기록만을 놓고 본다면 말이죠..

그러나, 여전히 김현수 본인도 또한 김현수를 바라보는 팬들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단순히 시범경기 때의 악몽의 그림자가 너무나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메이저 리그 개막당시 보여 줬던 볼티모어 팬들의 야유 소리가 아직은 귓가에 맴돌기 때문일까요?

기록으로만 놓고 봤을때 김현수는 박병호, 이대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데뷔전을 무사히 치루었다고 할만 합니다. 아니 앞서 언급했던 시범경기때의 부진한 모습만 아니었다면 비록 그가 데뷔전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나 냉소적이지는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마 지난일은 지난일이고 어찌 되었든 김현수는 사면초가의 어려운 상황에 맞딱 드리고 있는 것은 사실인듯 합니다. 김현수가 기대했던것과는 달리 미국 야구에 적응을 잘 못하면서 시범경기를 통해 극심한 부진을 보이는 사이 포지션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조이 리카드는 말 그대로 헐훨 날아 다니면서 슈퍼 스타로 발돋움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내심 저 자리가 김현수의 자리여야 하는데 하는 마음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지금 당장 조이 리카드를 뛰어 넘는 것이 여간 버거럽고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김현수의 당연한 권리잉 마이너리그 강등권을 거부한 사건은 팀의 승리를 원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얄미운 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늘 김현수의 데뷔전 멀티 히트를 마냥 축하만 해주기에는 2% 부족하게 만듭니다. 지금 김현수에게 필요한 것은 어찌 보면 출루율도 아니고 타율도 아닌듯 보여 집니다. 물론, 교타자로서 당연히 안타를 많이 치고 출루를 많이 해서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 가장 큰 일인것은 맞지만 그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팬들의 머리속에 '김현수' 를 새겨줄 만한 '임택트'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각도 에서 바라 본다면 비록 단 하나의 안타 밖에는 못 쳤다고 하더라도 박병호와 이대호의 메이저 리그 1호 홈런은 그 의미가 남다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록면에서는 물론 홈런과 안타가 비교할 봐는 아니지만 그래도 멀티 히트를 한 김현수가 그리 나쁘다고 할 수 없는데 문제는 '임택프' 라는측면에서 본다면 박병호와 이대호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존재 가치를 확실하게 어필 하는데 성공한 반면 김현수는 여전히 물음표 하나를 남겨 놓는 데뷔전 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독 입장에서 시멉경기 때의 극심한 부진에 마이너리그 권유를 계약을 앞세워 거부한 선수가 기회가 왔을때 멀티 히트를 기록 했다. 그런데 이 두 안타가 모두 내야 안타였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여기에 대한 대답은 보류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가능성은 열어 두고 조금 더 지켜 보자 정도의 판단을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단 1안타를 기록 하지 못했더라도 배트 중앙에 제대로 맞히는 타구가 외야로 큰 아치를 그려서 외야 플라이 아웃이 되었다면 김현수를 평가 하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 마저 듭니다.. 저 만의 생각일까요?

멀티 히트를 기록하고 갖가지 찬사를 보냈을때 김현수의 속 마음은 어땠을까요? 본인 스스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루어서 만족 스러워 했을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것 같습니다. 비록 안타가 되었지만 김현수는 여전히 방망이를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때에 2안타는 어쩌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때에 김현수에게 바란다면 오히려 지금 보다는 훨씬 더 과감하고 배짱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많이 위축되어 있고 많이 주눅들어 있고 심지어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웅크리고 있는 것만 같은데 차라리 이런때에는 연일 삼진 아웃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서 결국 마이너리그로 내려 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제는 뻔뻔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야구를 해야할 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현수는 비록 메이저 리그 루키 라고는 하지만 이미 실력을 검증 받은 선수 입니다. 더 이상 검증 받을 필요도 없고 더 이상 배울것도 없습니다. 그저 김현수 식대로 김현수의 야구를 하면 그뿐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부 몰지각한 팬들이 벌써 부터 벤치워머에 먹튀 이야기 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이지만 그런것들은 그대로 무시 해 버리고 지금까지 해오던 그대로의 야구를 시작 해야할 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봐도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은 아직 까지 제대로된 김현수를 만나보지 못한듯 합니다. 김현수는 이제라도 메이저 리그 혹은 빅리그 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이름 앞에 주눅 들지 말고 날것 그대로의 김현수식 야구를 메이저 리그 팬들에게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정글 같은 세계 최고의 빅 리그 에서 김현수만의 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현수가 멀티 히트를 기록 하면서 국내 언론들이 여기 저기서 성공적인 데뷔전 운운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물론 저 역시 김현수 팬의 한 사람으로서 순간 다행이다 라며 가슴을 쓸어 내리기는 했지만 경기를 보면서 순도 면에서 멀티 히트 라고 마냥 좋아할 만한 상황이 결코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팬으로서 바라 보자면 무조건 죽을 때 죽더라도 과감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경기를 이끌어 가야 승산이 있는 무대가 메이저 리그 라고 생각 합니다. 끝으로 누구 보다도 힘들고 마음 아플 김현수 선수가 하루 빨리 마음의 부담을 덜어 내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려 보겠습니다.